항공소식


유럽 하늘 누비는 국산 전투기…폴란드는 FA-50 '열공중'[르포]

비행연구원
2024-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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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오전(현지시각)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차로 1시간가량 달려 도착한 공군 제23전술비행단. 이곳은 우리가 수출한 FA-50 경(輕)전투기가 실전배치 된 유일한 부대다. 그만큼 한국과 폴란드 간 국방·방산협력에 의미가 있는 곳이다. 폴란드 군 당국은 국제방위산업전시회(MSPO) 취재를 위해 폴란드를 찾은 기자에게 이날 기지 출입을 허가했다.


조종사 대기실 밖으로 나가자 비행훈련을 위해 활주로 서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FA-50 3대가 눈에 들어왔다. 기자가 안전한 비행을 기원하며 손을 흔들자 전·후방석 조종사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인사했다.


저 멀리 활주로 끝으로 이동한 항공기들은 마지막 이륙 점검을 하더니 오전 11시 정각이 되자 가장 앞선 항공기가 내달리기 시작했다. 귀를 파고드는 굉음을 내며 1호기가 활주로를 박차고 오르자 2호기가 질주하기 시작했다. 1~3호기까지 이륙해 이들 모두가 시야에서 사라지기까지는 2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지난 2일 오전(현지시각) 폴란드 민스크 마조비에츠키에 위치한 공군 제23전술비행단에서 FA-50 항공기가 이륙을 위해 활주로를 이동하고 있다. 항공기 번호 ‘5004’는 FA-50의 4호기라는 뜻으로 폴란드 공군에 5001~5012 항공기가 전력화 됐다. (사진=김관용 기자)


계약 1년 3개월만 12대 완납…미그기 대체

대한민국은 지난 2022년 9월 폴란드와 FA-50 48대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FA-50이 6개국에 138대 수출된 것을 감안하면 30%에 달하는 큰 규모다. 풀란드는 계약 조건으로 빠른 납기를 요구했다. 유럽 첫 항공기 수출이라는 상징성 등으로 정부와 군은 우리 공군용으로 제작하고 있던 항공기를 폴란드에 우선 주기로 했다. 납품은 통상 계약 3년 이후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폴란드에는 단 10개월 만에 이뤄졌다. 역대 최단기간 납품이다.


특히 폴란드는 옛 소련제 미그(Mig)-29 전투기의 퇴역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지 활주로와 격납고에 일부 미그-29 전투기가 주기돼 있었지만 거의 운용을 하지 않는 듯 보였다. 이 전력공백을 메우기 위해 FA-50 ‘갭필러’(Gap Filler·GF) 버전이 이곳에 배치된 것이다. 대한민국은 GF 물량 12대 전량을 계약 1년 3개월 만에 완납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나머지 36대는 폴란드 공군 요구 사안을 반영해 성능개량 버전인 FA-50PL(Poland) 형상으로 제작되고 있다.


FA-50PL은 최신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를 탑재하고 무장 능력도 키웠다. F-16 성능에 준하는 전투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PL 버전은 2025년 하반기 이후부터 2028년께 까지 순차적으로 납품될 예정이다. 이곳 제23전술비행단은 GF 버전 12대에 20대의 PL 버전을 운용한다. 나머지 PL 버전 16대는 폴란드 북서부 시비드빈에 주둔하고 있는 제21전술비행단에 배치될 예정이다.


23전술비행단장 크지쉬토프 스토비에츠키 대령은 “민스크 기지가 미그-29 기지에서 FA-50 기지로 성공적으로 탈바꿈 하고 있다”며 FA-50 전력화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폴란드 국군의 날(8월 15일) 유럽 하늘에 첫 비행을 선보인 이후 폴란드 라돔에어쇼, 나토데이즈 등 주요 행사에 참가해 미그-29 대체 기종으로서의 역량을 과시했다는 것이다.

특히 스토비에츠키 대령은 “정비와 기술·군수 지원, 조종사 및 정비사 교육훈련 등의 분야에서 대한민국 및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과 원활한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무기체계 수출은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다. 해당 무기체계를 운용하는 인력에 대한 교육과 기술·정비 지원, 부품·장비 조달 등을 통해 항공기 가동률을 보장하는 게 더 중요하다. 이같은 고객지원(CS)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장사치’로 낙인찍히기 십상이다. 무기 시장에서 입소문으로 판로 확대는 어려워진다.


폴란드 민스크 마조비에츠키에 위치한 공군 제23전술비행단 내 격납고에 꾸려진 KAI 기지사무소. 정비 교육 등을 위해 FA-50 항공기가 주기돼 있다. (사진=김관용 기자)

KAI는 안보 파트너로서의 입지를 굳히기 위해 작년 7월 24시간 밀착 지원을 위한 기지사무소를 제23전술비행단 격납고 내에 꾸렸다. 기술 엔지니어 3명과 공군에서 1600시간 이상 FA-50을 조종한 베테랑 조종사 2명이 상주한다. 이를 통해 제작 완료 이후 분해돼 항공편으로 인도된 FA-50 항공기 조립과 폴란드 공군의 수락 비행시험을 지원했다.


한국에서 정비교육과 조종훈련을 받고 온 인원들에 대한 지원도 기지사무소를 통해 이뤄진다. 57명의 정비사들이 한국에서 교육을 받고 왔는데, 기지사무소 지원 아래 폴란드 자체 재교육으로 현재 FA-50 정비사는 200여명에 달한다. 이날도 폴란드 정비사들에게 FA-50 기술 지원을 하고 있던 김남형 기지사무소장은 “이제는 폴란드 정비사들이 기본적인 에러코드를 파악하고 조치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섰다”고 전했다.


한국에서 비행교육을 받고 온 8명의 폴란드 조종사 중 단독비행이 가능한 조종사는 현재 4명이다. 그러나 아직 비행시간 등을 충족하지 못해 교관조종사가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KAI 조종사 2명이 매일같이 하늘로 날아올라 이들을 교육하고 있다. 내년 초 폴란드 현지 교관조종사 배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지 한 켠에선 5층 높이의 건설 공사가 한창이었다. 지상에서도 FA-50 조종훈련을 가능케 하는 시뮬레이션센터를 위한 것이다. KAI가 개발한 시뮬레이터는 내년 초 인도돼 4개월의 전력화 과정을 거쳐 5월부터 조종사 훈련에 투입될 예정이다. 

출처;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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